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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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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Kim committed Aug 8, 2024
1 parent 9ead995 commit 9005e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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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hanges: 7 additions & 9 deletions _posts/2024-08-08-defense-fun.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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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 투성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6개월 정도 잠 못 자고 고생한 후에야 맘이 좀 편안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제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제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두세 팀이 동시에 찾아와서 줄 서서 기다리며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Expand All @@ -29,6 +29,7 @@ date: 2024-08-08 03:14:00 +0900
스팸 찾아내서 처리하기.
카톡 더보기에 배너 달아주기.
이런 Api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상담해 주기.
클라이언트의 버그 등으로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든 서버에서 먼저 해결해주기.
그리고 끝이 없는 고객 문의와 장애 처리.

아, 이런 일하려고 지원한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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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게 말아 먹었습니다.
풀타임 출전, 0골.

수비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중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수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중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수비수들이 있어서 공격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거라는걸.
공격수가 대차게 말아 먹어도 그들 덕분에 지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다는걸.
공격수가 골을 못 넣어도 좋은 수비 덕분에 다음 경기를 계속 해나갈 수 있다는걸.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공격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축구에서처럼 서비스 회사에서도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지켜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지켜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레거시를 지켜내는 사람들은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합니다. 백업하는 존재로 인식될 뿐.
최근에 김민재라는 국가대표 수비수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축구할 때 수비수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답니다.
다행히도 최근에 김민재라는 국가대표 수비수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축구할 때 수비수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답니다.
지켜내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멋진 모습을 보여 주면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레거시를 다루는 일을 기꺼이 하려 하지 않을까?

제 취미는 축구입니다.
이제 축구할 땐 수비수를 합니다.
수비가 중요한 것뿐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재미까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회사에 가면 이제는 수비수를 즐기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회사에 간다면 수비수를 하더라도 이제는 즐기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을 하는 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잘 생각해 보면 이 일도 참 재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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