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Gemfile.lock b/Gemfile.lock index a50dc5c..cbab72a 100644 --- a/Gemfile.lock +++ b/Gemfile.lock @@ -59,7 +59,7 @@ GEM rb-fsevent (0.11.2) rb-inotify (0.11.1) ffi (~> 1.0) - rexml (3.3.2) + rexml (3.3.4) strscan rouge (3.30.0) safe_yaml (1.0.5) diff --git a/_posts/2024-08-08-defense-fun.md b/_posts/2024-08-08-defense-fun.md new file mode 100644 index 0000000..1e3eec3 --- /dev/null +++ b/_posts/2024-08-08-defense-fun.md @@ -0,0 +1,69 @@ +--- +layout: post +categories: essay +image: /assets/img/kakao/kakao_fire_2012.png +title: 레거시 처리 개발자 +date: 2024-08-08 03:14:00 +0900 +--- + +누구나 축구할 때 공격을 하고 싶어 합니다. +제일 재밌으니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골을 넣는 것만큼 짜릿한 게 없으니까. + +카카오에 처음 입사했을 때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봐서 카톡 서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장 핵심 서비스니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서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아야지. + +어려운 일 투성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6개월 정도 잠 못 자고 고생한 후에야 맘이 좀 편안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 +핵심적인 팀에서 일하고 있는 건 분명했는데...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짜친 일 투성이였습니다. + +서버 교체하기. +어드민 만들기. +스팸 찾아내서 처리하기. +카톡 더보기에 배너 달아주기. +이런 Api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상담해 주기. +그리고 끝이 없는 고객 문의와 장애 처리. + +아, 이런 일하려고 지원한 게 아니었는데. +이래서 신기능 개발은 언제 해? + +찾아오는 사람들은 항상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두세 팀이 동시에 찾아와서 줄 세워 놓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 +뭔가 핵심적인 일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왜 이렇게 짜친 느낌이 들지? +신규 기능을 만들기 보다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이거 공격수가 아니라 완전히 수비수잖아? + + +이렇게 몇 년 하다가 공격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신규 서비스 만들고 싶다구! +그리고 카카오 플레이스를 만들었습니다. +대차게 말아 먹었습니다. +풀타임 출전, 0골. + +수비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중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수비수들이 있어서 공격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거라는걸. +공격수가 대차게 말아 먹어도 그들 덕분에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공격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 +축구에서처럼 서비스 회사에서도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지켜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레거시를 지켜내는 사람들은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합니다. 백업하는 존재로 인식될 뿐. +최근에 김민재라는 국가대표 수비수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축구할 때 수비수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답니다. +지켜내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다 보면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레거시를 다루는 일을 기꺼이 하려 하지 않을까? + +요즘에 축구할 땐 수비수를 합니다. +수비가 중요한 것뿐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재미까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회사에 가면 이제는 수비수를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을 하는 거니까. 그런 마음으로 잘 생각해 보면 이 일도 참 재밌거든. +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https://brunch.co.kr/@buildingking/47) +* [사용자 10만 명의 서비스를 만들기](https://brunch.co.kr/@buildingking/117) \ No newline at end of file